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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2-09 02:53:09     Hit : 671     Comment : 0
Name  :  
정인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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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ewelin.net [+]
[수필]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사
Release Year : 1996
ISBN : 8970121889 (Go amazon)
USER RATING :  현재 독자평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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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수필은 재미있다.

재미있다라는 말은 매우 포괄적인 말이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필을 쓰는 능력이 있다.


그의 수필은 일상적인 일들을 즐겁게 뒤틀어서 보거나, 평소에 '심각'한 사람들에게 '이봐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아?' 정도의 푸념을 던진다. 그런 푸념에 푹푹 찔리는 사람이 많은건, 그만큼 우리가 사는 모습들이 찔리는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슬픈 외국어'라는 책은 하루키가 미국에 가 있는동안 쓴 글들을 모은 책인데, 하루키가 생각하는 외국과 외국생활,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바라본 일본사회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루키씨의 수필을 읽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은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기가 생활하며 느낀것들을 짧게짧게 글로 쓰고, 그 글들은 일본의 잡지같은 것에 연재되고, 어느정도 분량이 쌓이면 책으로 나오고...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하루키씨의 수필집은 많기도 많고 (사진집의 형식으로 나온것까지 합치면 몇개인지 세기도 귀찮을정도) 그래서 어떤 수필집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손에 잡히는 걸 잡은게 '슬픈 외국어'였다.

'무라카미 라디오'식의 내용을 기대했던 거였는데, 미국에 있을때의 일들을 쓴 것이라 내용도 상당히 한정되어있고, 결과적으론 상당히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진행되어서 조금 아쉬운 수필.


제목이 '슬픈 외국어'인 이유는, 외국에서 살면서 (하루키씨는 방랑벽이 좀 있다고 봐.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외국을 떠돌아다니는 날이 꽤 많잖아?) 외국어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리 외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결국은 자신이 이방인임을 확인시켜 준다는 것.

하루키씨는 처음에 소설을 쓰기 시작할때는 일본어라는 틀에서 벗어나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박감이 있었단다. 그게 더 자신의 본질에 가까운 글을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나. (좀 공감이 가는걸)

그렇지만 결국은 일본어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게 일본어는 우수해~따위가 아니라... 그냥 자신의 모국어이기 때문일 뿐이라는군) 외국에 나와있을 때, 외국어로 생활하는 상황은 결국 '슬픈' 상황이라는 말을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모국어'를 사용하는게 제일 좋아~라는 결론도 아니고, 그런 '슬픈 외국어'를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자조적인 얘기로 끝난다는건 하루키씨 답지만말야.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편한 '하루키식 수필'

이 자의 적당한 무책임함과, 적당한 일상 드러내기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준다. 그래서 '재미있다'라는 걸로 서평을 시작했지 ^^ 사실 그 이상을 찾으려는 사람이 하루키씨를 찾아간다고 해도 하루키씨는 '이봐. 잘못찾아왔다구.'라고 대답해줄껄?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


그리고 나서 나는 스물아홉 살 때, 갑자기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학생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봄날 오후, 진구 야구장에 야쿠르트 대 히로시마 팀의 대항전을 보러 갔었다. 외야석에 눕다시피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힐튼이 2루타를 쳤고, 그 때 갑자기 '맞아, 소설을 쓰는거야' 하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대체로 학생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짓고 이렇게 묻는다.

"저...... 그럼 그 야구 시합에 뭔가 특별한 요소가 있었던 건가요?"

나는 학생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게 아니라 그것은 계기에 불과했지. 태양의 빛이라든지 맥주 맛, 2루타 공이 날아가는 모양, 그런 여러 가지 요소가 딱 맞아 떨어져 내 안에 있는 뭔가를 자극했겠지. 말하자면 내게 필요했던 것은 자기라는 실체를 확립하기 위한 시간과 경험이었던 거야. 그것은 뭐 특별하고 유별난 경험일 필요는 없어. 그저 아주 평범한 경험이어도 상관없지. 그 대신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 드는 경험이어야만 해. 나는 학생 때 뭔가를 쓰고 싶었지만,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랐던 거야.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7년이라는 세월과 고된 일이 필요했던 거겠지. 아마도."

"만일 그 4월 어느 날 오후에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무라카미 선생님은 소설가가 되었을까요?"

"Who Knows(누가 알겠나)?"

그런 걸 누가 알 수 있을까? 만일 그날 오후에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소설을 쓰지 않고, 일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특별한 불만 없이 인생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 봄날 오후 진구 야구장에 가 한적한 외야석 -그 당시 진구 야구장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에 앉아, 데이브 힐튼이 좌익수 쪽으로 멋진 2루타를 날리는 걸 보고 나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첫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엑스트라오디너리(엄청난)'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선생님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세요?"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런 유의 일은 많든 적든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언젠가는 일어난다고 생각하네. 그런 여러가지 일들이 딱 들어맞아 결합하는 계시적인 순간이 언젠가는 온다고 보지. 적어도 그런 일이 꼭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편이 더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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