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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3-20 14:48:29     Hit : 594     Comment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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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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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ewelin.net [+]
[교양] 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 인물과 사상사
Release Year : 2003
ISBN : 8988410718 (Go amazon)
USER RATING :  현재 독자평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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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제한다.

내가 읽어본 책들중에 (논문포함) '한국의 근대'에 대해서 가장 읽어볼만한 책이다.


전제하고 들어가자.







보통 우리는 '근대'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다양하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지만, 제일 띠껍게 이야기하자면, '현대를 공부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현대를 제외하고는 가장 지금과 가까운 것이 근대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근대는 ISM의 시대였기에, 가장 공부하고 나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혹은 아는 척 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너무 띠껍게 말했나? ㅡ.ㅡ)



그렇지만, 근대를 공부하면서 그것을 현대와 연결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근대라는 시기에 대해 공부하기는 쉽지만, 그것이 현대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아는것은 힘들다.



오히려 건축은 쉬운 편이다. 근대건축이 현대건축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그것이 '건축물'이라는 물질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대놓고 평가할 수가 있다. 그리고 아직도 현대에는 근대건축에 대한 tribute들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그리고 사실상 대부분의 건물들은 근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근대와 현대를 비교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과연 지금 우리의 '정신'에 얼마만큼의 근대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하는 문제를 고민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궁금해하고, 그 질문을 들으면 뭐라뭐라 대강 대답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분석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무언가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이 결정적인지'는 말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이건 건축도 마찬가지이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이 근대건축에 끼친 영향? 영향 끼쳤겠지. 근데 어떻게? 정말?)




그러한 근대와 현대의 연결고리는 누구나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람들이 '대충 그리고 나름대로'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궁금하지만, 어차피 물어보면 뻔한 대답들이 돌아온 경험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답을 기대할 수 없으니, 물어보지 않는 수밖에.






이 책은 이 부분에서 대단하다.


'한국의 근대사회'가 '한국의 현대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근대의 실패과정이 아직까지 우리 현대사회의 일부분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이 책은 풍부한 사료와 논리를 통해 증명한다.



책의 내용은 생략한다. 읽어보란 말 밖에.

지금 내가 이렇게 말로 하지만, 실제로 사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면.... 박노자의 이 책이 얼마만큼 풍부한 고민을 던져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한국의 개화기 근대를 비판한다.

당시 개화기 지식인들의 사고수준, 한계들을 보여주며, 동시에 그들의 고민이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복잡한 직선 혹은 면 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궁금하지 않았어?

한국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살았던 지식인들이 어떤 고민들을 했을지?

수많은 외세들이 치고들어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어느 나라와 가깝게 지내야 하는지, 근대화라는 것에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설마, 정말 그 당시 한국사회는 위적척사 vs 개화파의 단순한 대립구도였으며, 개화파는 몇가지로 나눠지긴 하지만, 단순히 '근대화'라는 단어를 단순히 부르짖었다.....는 교과서적 단순논리를 믿고 있는건 아니겠지?

어느 사회든간에, '그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평생을 고민속에서 살아가는거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의 우리처럼 고민했을꺼라구. (교과서 역사교육의 가장가장 큰 문제는 '과거를 단순화-직선화시키고 타자화 시킨다'는 것이다)




쉽게말해, 지금의 탄핵사태나 이라크 파병에 대해 우리의 나중 후손들은 역사책에 쓰겠지.

그들이 우리가 얼마만큼 고민했는지 알고, 우리의 사례를 통해서 좀 더 나은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지? 근데, 걔네들이 '한국은 이라크에 파병했다. 그들은 친미적 성향의 지식인들이었나보다' 라고 해버리면 우리는 화나지 않을까? (우리 교과서가 지금 하고있는 것 처럼 말야)




뒤의 목차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한국의 근대를, 그 '당시의 고민'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한다.

분야 역시 다양하게, 개인주의, 외교적 측면, 부정부패적 측면(고종과 명성황후를 비롯한 사회지배계급 전체) 등의 사회적인 문제에서부터, 근대 스포츠의 도입, 불교와 기독교 등의 문화적인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봉희 교수님 생각이 꽤나 나더라. 전봉희교수님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중에 가장 '한국 근대' 혹은 '한국적 근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보신 분이다.

흐음, 간단히 말할 수 밖에 없기에 왜곡의 가능성이 너무 크긴 하지만............

전통이란. 전봉희교수님 말처럼, 너무 강박관념으로 현재의 우리에게 작용하는 것 같다. 전통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가치판단의 문제도 그렇고... 전통이라는 것으로 과거를 타자화시켜버리면서, 그것에서 받아야 할 부분들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우리사회에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근대에 대한 피해의식'

(전봉희 교수님이 말씀하신건데.... 일본의 근대와 한국의 근대가 지금에 있어 크게 다르게 작용하는 것은, 일본은 그들의 근대를 긍정하고싶은 자랑으로, 한국은 우리의 근대를 부정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라는)


예를들어, 건축에 있어서는 근대에 대해 '강박증적으로' 접근한다. 한국 근대건축에 대한 논문들을 읽어보면, "우리도 근대화 했어요!"라고 끝없이 주장한다. 우리 나름대로의 근대화..라느니, 자생적 흐름이 있었다느니...하는 논의들을 온갖것들에 대한 비교를 통해 이끌어낸다.

이렇게 끝없이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근대건축이 근대화되지 못했었으며, 지금도 그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난 사람은 자기가 잘났다고 말하지 않는다지? 언제나 비난은 우자(遇者)에게서 현자(賢者)에게로 흐른다지?

한국근대건축이 서양식으로 근대화되지 못했다면, 그것에 대해 우리는 '실패'라고 규정지어야 하는건가? 서양식 근대가 이루어지지 못한것이 왜 '근대화의 실패'이지?

논문들 중에서는 '서양근대건축의 특징'들을 분석한 다음에 일일이 하나하나 '한국근대시기 건축의 특징'에다 대입하는 논문도 있다. 그래서 결론은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이다.

조금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 근대에 대한 논의들은 '강박증'에서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나보다. 아직은.


아시아 혹은 식민 근대 (colonial modern)가 따로 있는 것이고, 그것은 서양의 근대와 딱히 1:1로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치판단의 문제도 아닌 것인데, 우리는 근대를 말할 때 언제나 피해의식 속에서 말하게 된다.

뭐, 오히려 잘났다고 하면서 비평할 생각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을 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거의 그거나 그거나 ㅡ_ㅡ






흐음. 그리고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모든 사람들이 한국근대를 대할때의 가장 큰 피해의식인 '그 땐 어쩔 수 없었지 뭐' 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점이다.





제국주의를 빼박은 이차적 민족주의의 패러다임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때 꼭 들어오는 질문은 과연 그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역사에서 불가피한 면과 바람직한 면을 엄격하게 구분하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0섹의 폭력의 내면화를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당연시한다면 이는 자본주의적 폭력과의 타협의 가능성을 촉발시키며 이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 과거의 폭력주의를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악의 기준으로 판단될 수 없는 선택으로 본다면 현재의 폭력도 아울러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만약 아관파천때 러시아의 중국 북부에서의 이권 획득을 찬양하고 미국의 쿠바 및 필리핀 침략을 문명화라고 극찬했던 서재필이 단지 현명한 현실주의자였다면, 부시를 화끈하게 밀어주자는 의미에서 이라크 전선에 전투요원을 파견하자는 망언을 퍼붓는 현재의 극우주의자들도 현명한 현실주의자가 될 것이 아닌가? 과거의 폭력주의에 대한 긍정은 불가피하게 지금 현재에 또다른 폭력을 추가시킬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책을 읽고있다보면, 그 때의 개화기 지식인들이 했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지금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고, 그 때의 한국의 위기나...지금의 한국의 위기나... 심각한 점에 있어서는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흐음.



읽고있다보면, 일그러진 한국 근대사가 화가 나기도 한다.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에게 묻는다.


눈돌리고 싶나? 왜?

반박하고 싶나? 왜?




그것에 대해서 눈돌리고 싶기도 하다. 적당히 눈 돌리고 살꺼다. 그렇지만, 정말 눈돌리지 말아야 할 문제에 대해서 올바르게 생각할꺼다.

반박하고 싶다.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물론 변호해 줄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들을 만났을 때 반박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동시에 나는 올바르게 살고 있어야 겠지.

겨우 기껏 만나서 '조상님들. 왜 우리나라 근대를 결국 그 꼴로 만들었어요?'라고 묻는데.. 조상님들이 '너네도 똑같은 놈들이구만 무슨..'이라고 하면.... 얼마나 슬프겠어. 한나라당이 노무현을 비난하는 꼴이 되면 큰일이잖아? 으아아 생각만해도~~~  =ㅁ=!!!






아아.

어쨌든 결론은.



우리는 우리의 근대를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한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고 그 위에 서야한다. 그리고 현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속에서 언제나언제나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마음속 깊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솔직해져야 한다. 힘내자. ^^






20세기에 일어났던 우리 내면의 왜곡과 변질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접근법이 어떨까 싶다. 먼저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유행병이 우리가 저항을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습격해서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감염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에 대한 면역도 약도 없는 상황에서 힘들게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의 다른 곳에서 이 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우리 몸도 많이 단련되었고, 나름대로 이 병에 대한 경험도 쌓였으니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병력(病歷)을 재점검하고 집중적으로 치료해보면 어떨까? 세계적으로 아직 유행하고 있는 질환이라 완치가 어렵겠지만, 약간의 차도라도 보인다면, 아니 건강한 상태의 우리 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이라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


그렇다면 조소와 냉소에 그친 채 진정한 반(反) 집단주의적 저항으로 나아가지 못한 후진형 개인주의는 과거 식민지 시절만의 문제인가? 현대인들이 직장에서 상사에게 무조건 고분고분하고 집에서는 별다른 비판의식 없이 권위주의 질서의 보루인 족벌신문들을 읽으며, 소비 생활에서 자신의 취향을 내세우고 가정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주의자를 자처할 수 있을까? 사립대학의 재단이 자신이 낸 등록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들 중에 왜 시간 강사들이 유독 많은지에 대해 하등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해외 어학연수나 이성교제, 유행 따르기 여념 없는 속칭 개성시대의 학생은 과연 <만세전>의 주인공의 수준을 얼마나 벗어났을까?

그들의 개성은 과연 소비 취향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가? 사실, 개인주의가 사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한다는 오해만큼 지배계층에게 유리한 오해는 없다. 1920년대의 일제의 문화통치가 <만세전> 주인공인 이인화와 같은 젊은이들을 점차 친일파로 포섭했던 것처럼, 유행품과 개성을 동일시하는 최근 대학의 일부 신세대들의 소비주의적 태도는 권위주의적 극우 사회와도 잘 어울린다. 그들에게 개인주의의 참뜻을 실천으로 보여 주는 것은 진보 진영의 급선무다.
Index
1. 국민이라는 이름의 감옥
2. 인종주의의 또 하나의 얼굴, 범아시아주의
3. 한국 근대에서의 나의 계보
4. 1920년대의 타이쇼 데모크라시형 개인주의
5. 초기 개신교 개인주의자들의 비극
6. 국사 교과서 너머의 백 년 전 조선
7. 부정부패 없는 세상이 가능한가
8. 무덕에의 욕망
9. 여성운동 백 년의 딜레마
10. 조선인에게 서구의 침략은 무엇이었는가
11. 신민에서 시민으로
12. 조선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의 방황하는 지식인들
13. 개화기 정치인의 이상과 현실
14. 한국 근대의 소외자,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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